기로
이 종우
꽃은 지어 말이 없고
산하는 백만년 천만년 그대로인데
이 가녀린 혼은 무엇으로 사나
문명으로 덫칠한 짐승들이
나라를 지구를 어지럽히는데
나는 풍류에 머물고 말 것인가
구원을 위해 붓을 들었는데
한 알 모래보다 못한 시에
두 손 모아 울어야 하나
처절함이 없는 이 배부름 이 갈증에
머뭇거리는 내 심지는
가야할 길을 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