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논단

시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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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논리

시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시에 쓰인 장치(Vehicle)를 분석하는 일은 매우 유용하다. 시가 정서의 표출로써 다분히 정서적이며 감정적인 면을 가지게 되니 시적 장치를 분해하고 나면 ‘논리’를 가진 글임을 알게 된다 하겠다. 이 글은 그러한 논리를 어떻게 찾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다분히 시의 감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바, 시를 이해하는 데에 미숙한 초보자에게 유익한 것으로 생각한다.

T.S. 엘리어트가 말한 ‘시는 개성의 표출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 는 단적으로 시의 보편성을 말하고 있다. 그 보편성의 획득은 시의 논리에서 중요한 것으로 보편성을 띄어야 논리에 맞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공한 시는 정서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여기서 잠시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보고 가자. 얼핏 이 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사랑의 일반적 속성을 보여주지 못한 면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산화공덕(散花功德)이라던가 유교적 휴머니즘의 인내, 극기(克己)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 하면, 더구나 한국적 정조인 체념(諦念)을 도입하지 못하면 시의 논리는 서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특수한 경우라 하겠는데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찾는 일은 명시(名詩)에서 잘 드러난다. 좋은 시는 인간의 보편성을 자기의 목소리로 노래하므로, 시의 특성을 파악하여(앞서 말한 시적 장치를 분석해 내어) 보편성을 찾고, 어떻게 한 편의 시를 이루고 있는 지를 찾으면 시의 논리가 나타날 것이다.
시에 있어 장치는 비유와 상징이 자주 쓰이는 바, 그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를 연결시키는 유추(類推)와 연상(聯想) 작용을 잘 해내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거기에 시의 논리가 적용된다 하겠다. 유치환의 <깃발>은 그 제목에서 힌트를 얻어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이해한다 하겠는데 소리 없는 아우성을 펄럭이는 깃발에서 그 내면에 있는 힘(이는 시 전편을 보면 이상향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다)을 전달한다고 하겠다. 시가 막무가내로 아름다운 시구를 써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전편을 통하여 통일성을 보여줄 때 시적 논리를 가진 시라 할 것이다.

시의 논리는 시가 가지고 있는 재미를 파악하는 일이다. 정결한 마음으로 시를 대할 때 시는 자신의 정체를 말한다. 그 말에 귀를 기울일 때 시의 보편성, 통일성을 이해하고 그 너머에 있는 샘물과 같은 말을 건질 수 있다. 시 이해의 난해성을 극복하고 논리를 찾아 시를 바르게 감상하는 길임을 두서없이 모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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