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계

여정

  • 0
  • 1,693
  • Print
  • 글주소
  • 11-21

저 한강이 각고의 세월을 서로를 의지하면서 흐르듯이

이 땅이 늘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리.
그러나 또 오늘을 파고드는 우수(憂愁)
- 산다는 괴로움이 몰려 들면
나는 무엇을 하나.

무료하고 힘든 나날들, 아침이 두려운 날들이 다가오면 
끝날만을 향해가는 동물처럼 산다.

사랑들이 서슬이 퍼렇게 살아있는데
그런 생각에 잠기는 것은 불길(不吉)이다.
그러나 깊은 회의 없이
맑고 깊은 강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랴.

저 한강이 무수한 세월을 아무 탈 없이 흐르듯이
이 땅이 늘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리.
다만,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
깊은 잠에서 헤메이는 것도
찬란한 태양아래 필 꽃송이 아니랴.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