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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구상선생님을 추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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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구상선생님을 추모함


시와 인격이 하나 되신
시대의 귀감 되시어
가시는 길 환한 꽃길 님이시여
슬픔을 주시기보다 표상으로 남습니다.
영원히 살아계시리니
온 땅에 시탑(詩塔)을 세우셨습니다.
몸은 사라지어도 살아있는 시정신을 보이시고
시의 보고(寶庫)를 지으셨으니
가시는 길이 눈물만 앞서지 않습니다.
모과 옹두리처럼 이 땅의 아픈 곳을 짚으시고
당신 몸보다 이땅의 정의와 평화를 기원하셨습니다.
님이시여 천국에 가셔서도 이 땅을 굽어 살피소서.

님께서는 역동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혼(詩魂)을 잃지 않으시어
이념의 대립속에서 민주와 자유를 찾으셨고
일찍이 6.25동란의 압권 <초토의 시>를 쓰셨으며
이승만 독재에 맞서 붓의 힘을 보이셨으며
친구의 독재 유혹을 멀리 떠나시고 침묵으로 일침(一針)하셨나니

님께서 섭렵하신 세계 넓고 넓어
산맥을 이루시고 그 깊이를 더 하셨으니
영원 속의 오늘을 찾으셨고
잃어버린 영혼을 구원하려 하셨습니다.
홀로의 존재를 탐구하시며 더불어 사는 지혜를 말씀하시고
깊이 있는 존재의 천착에 심혈을 기울이시며
세상 비리와 부조리에 질타도 하셨습니다.

님이시여, 말씀하신 구구절절이 이 땅의 샘물 같사오니
살아있는 이들이 님의 시구를 실천하여
천국에서 보시기에 합당한 곳으로 하겠사오니
가시는 길 축복 속에서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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