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논단

안산시의 발전과 열린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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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고> 

안산시의 발전과 열린 음악회

이 종 우 (시 인)

안산시는 외국인 근로자와 시민을 위하여 KBS <열린 음악회>을 개최하여, 벌써 방영이 되었다. 그들을 위하여 문화적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고 그것을 즐거워하는 많은 시민과 외국인 노동자를 보면 이 글이 너무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함에도 무엇보다 그 행사를 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였다 하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왜냐하면 안산에는 개선해야 할 점이 한 둘이 아니요, 열악한 교육 환경, 오염 문제, 그리고 청소년 가장, 장애인 등 불우한 이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한 행사를 하기 위해 쓴 시비(市費)로 꼭 필요한 곳에 쓰고 또한, 그들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왔으면 하는 바램이요, 일회적 행사로 겉멋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여러 복지 사업을 하는 것을 바라는 바이다. 사실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한 순간의 즐거움이 뭐 그리 중요할 것인가. 안산 시민도 마찬가지이리라. 인구 집중으로 공원 부지를 초등학교로 만들려는 안산시이고 보면 안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 행사를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 할 것이요,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민선 시장이 할 일이 아니라 본다.
많은 수의 의식(意識) 있는 시민들은 대체로 어이없어 한다. 방송을 타는 기념비적인 매력이 있고 홍보의 의미도 있다 하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는 <춘향전>의 사또 생일잔치를 연상하기에 족할 것이다. 한 순간의 즐거움이나 감동이 클 지는 모르나, 안산의 시급한 교통 문제, 지저분한 골목골목 정비, 휴지 안 버리기 운동 등 그에 따른 시민 의식의 고양(高揚)과 또한 인심이 사납지 않고 살기 좋은 시 안산의 건설 등 우리에게는 더욱 필요한 일들이 많다. 그리하여 시민의 혈세(血稅)가 안산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지 않고 밖으로 새어 버린다면 어찌 밝은 내일의 안산을 바랄 수 있겠는가.
시민들의 땀이며 정성이 담긴 시 예산을 쓸데없이 써버린다면 누가 시(市)의 일을 믿을 것인가. 안산이 쾌적한 환경의 도시, 볼거리가 있는 도시, 첨단 산업의 도시로 길이 뻗어 나아가고, 멀리서 이 곳으로 오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것은 시장(市長)만의 할 일은 아니고 모든 시민이 일심이 되어 할 일이나, 그것을 계획하고 시민의 편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공복(公僕)이 앞장서서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공무원이 시민의 손발이 아니고 그 알량한 힘을 가지고 시민의 정서를 살피지 않고 마음대로 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와 산업의 발전은 없다.

안산이 원래 문화적으로 척박한 곳이 아님은 <안산시사(安山市史)>에 세세히 기록되어 있거니와 이곳에 사는 후손 안산시민들은 긍지를 키우고 그 문화적 토대를 바탕으로 살기 좋은 현대적 승화(昇華)를 해야함에도 남들의 시선이나 끌고, 일시적인 주목에 매인다면, 이것이 오랜 문화의 마을에 어울리는 일이겠는가. 성호 이 익 선생이 이 사실을 안다면 통곡할 일일 것이다. 농촌계몽에 앞장섰던 최 용신 선생이 아파트에 가리워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지금 향학열에 불타는 안산골의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안산시의 허무한 행정은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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