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계

어두운 날의 기도

  • 0
  • 1,579
  • Print
  • 글주소
  • 11-21

님이시여

왜 황량한 들판에 보내시어
험한 길 돌고 돌아
죽음의 골짜기 넘게 하시고

저 새벽 햇살이 트여 올 때부터
황혼이 물들어 가는 저 바다 아래까지
그대 형상 있으려니 헤아려도
여기 때 묻은 발길 가는 곳이
어둡습니다.

어둡고 쓸쓸한 벌판, 그 숲에서는
거친 숨소리들 들려오고
더덕더덕 때 백태 끼인 혼
씻을 기운 없어 더욱 껌껌합니다.

빛이 있어도 어둠이고
어둠 속에서도 짙은 어둠입니다
행여 가련히 보시어
신령한 빛이 비추어도
언제 이 장막을 뚫으리

남들 모르는 장막에서
하늘 향하여
눈물 흘러 내리면
따스한 가슴 살까나 하고

여기 짧디 짧은 순간인지 아나
그 마지막 경계에
오른 손을 주시어 빛의 나라

눈 먼 이의 놀람 보게 하소서.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