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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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늘 같은 마음으로
땀 흘리며 사는 이들이여
열정으로 사는 데에
무슨 때가 묻었으리

어느 날 문득
시 쓰기 부끄러워하며
소인(素人)을 떠나보려 한 적이 없고
상점을 열지도, 상품으로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건 일기(日記)를 뭉치어 놓아 그 자체로 족하고
그리고 한 독자만 있어도 더 무엇을 바라리
그런데도 오랜 세월 때만 닥지닥지 붙고
시인이라는데 속만 붉어지니
나의 행위가 문득 우습다

밥벌이 못하는 시를 쓰며
힘들게 노동하여 번 돈을 쓰다니
무엇을 구하려 백지에서 춤추나
나만 즐기어도 되는데
나와 시 사이의 거리를 느끼면서

늘 같은 마음으로
땀 흘리며 사는 이들이여
쓸 데 없이 소비와 사치를 하려는가
구원 없다고 다들 떠나려는데.

<시작노트>
시작 행위로도 행복한데 세상은 그게 아니다. '늘 같은 마음으로 땀 흘리며 사는' 시인은 드물고, 허식으로 과장으로 사는 이들에게 구원의 언어를 익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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