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계

화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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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花園)에서


하얗게 눈 부시고
그 향(香)은 코를 찌르던
국화 머리만한 하얀 국화
그러나 지금 이 아름드리보다
그 마지막을 떠올리는 건 무언가

목련이 그 순백의 목련이 소리 없이 질 때
그 상복(喪服)의 꼬죄죄한 치맛자락처럼
숨죽일 때처럼

오늘 백합 시들은 백합
그 순수 향 이으려
꽃가지를 자른다
백합은 떨어져도 흙으로 갈
색깔을 한다.

내일을 미리 알리는 꽃
내 그대들 보고 그대들은 내 보나
내 나를 보지 못함을 탄(歎)하니
마지막은 나의 몫이 아니니
모진 목숨 어떻게 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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