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계

노동을 모르는 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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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勞動)을 모르는 자에게


이 종 우

그는 가을을 보지 않는다.
그 조락(凋落)의 모습을 보지 않는다
오로지 저 겨울의 모진 바람과 눈을
견디며 저 황량한 벌에 다시 움틀
봄을 멀리 바라본다.

그는 그 뿌리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헐벗음에만 두 눈을 부릅뜨며
어떻게 저 폭풍의 소용돌이를 즐기며
민중의 껍데기를 조금은 닮은 듯하면서
노동을 준비할 새벽에
오후의 땀을 그리느니
세상사는 이 편하고자 하는데 장사 없다.

하루 내내 노동의 성실 끝에
진정 흘리는 땀과 어려워도 베푸는 사랑이 열리지 않으면
그 땀 흘린 노동의 터를 진실로 사랑타 어렵느니,

이 시대 야누스는 정말로 가라!
절박함이 무너지는 뚝가보다는
오히려 저 엄동설한의 고통이 낫느니
노동을 모르며 노동을 파는 야누스는 멀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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