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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천당 살아서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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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천당 살아서 지옥


1
태어나 죽고
피고 지는
그 운행(運行)은
별이 떠도는 만큼 모르고
내 말이 어욱새 덮새에 묻힌 뒤를 모르나.

길게 늘어선 가시덤풀 사이로
향그런 꽃길도 보이는 이 터전은

살아서 천당 살아서 지옥

간혹 오관은 탈이 나고
저 운행은 뒷길에서 헤매도는 때 있을 지라도

선악은 분별 지어있어
살아서 자취 그대로
계절이 바뀌리니,
하루 하루의 자취 어떻게 디딜 것인가.

2
어제의 부끄러움의 파편을 매만지고
어제의 참 기쁨이 사그라져 어둠에 갖히는
무수한 유전(流轉)은
천당과 지옥의 계절을 밝힌다.

살아서 자취 그대로
네 운행에 있으리니

지옥의 계절은 짧을수록
살아 남는 것.

계절을 오고 가는 나그네여
어디에 머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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