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계

흙이 되어 만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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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되어 만나도


지난 날에
우리가 만난 성(城)은
낡은 보금자리로 남겨져
거미줄 친 채로 내려 앉았어도
긴 생명의 닻.

한 줌 흙 위에서 얼굴 잊어가나
흙이 되어 만나도
그 옛 자취는
깊은 땅 속에 살아 있으리

우리의 죽어가는 인연은
이따금 죽순으로 태어나
우리의 빈 터를 즐겨이 밝히리니

흙이 되어 만나도
푸른 풀잎에 입김으로 아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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