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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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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신


메마른 침묵속에
다시 골방을 찾기는
우울에 떨며 쓰러지던 자아를
목격하고 였다


골방에 맺힌 어둠
이 어둠이 내 가련한 생명을
연장시킨다.
어둠은 핏기없는 살들을 숨기는
비밀을 알고 있다
변해버린 자아는 어둠위에 걸려
상한 뼈 속에 스며드는
음울한 신들의 이야기


슬픈 노래가 그 위를 흐르고
어둠에 시위한 부상당한 전사와
불타 죽은 인간이 목끝에서 울부짖고
총성과 불안한 소리들, 소리들
어둠위에 나타난 친구가
도끼를 들고
말없이 떠나간 여인이
미소없는 표정으로 버려진 천막을 세운다


뼈를 갉아먹는 소리가 소리가
심장으로 심장으로 옮아가고
예측 못 할 내 육신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침묵은 차갑게 가라앉고
말 못하는 혼이
울지조차 울지조차 못하는


아 동반자 없는 울음이라도
이 어두운 방에 있으라
이대로 미치고 말
시간 부딪끼는 소리에
침묵이 다가와 눈앞에 멎고
방문을 나가려다
침묵에 저지된
탈출시도는
어두운 밤에 어지럽게 흩트러졌다
골방 탈출구의 문도 못질하고 있었다


이제는
모두 모두 모두
골방에 갇혀
기아에 죽어간 아이앞에
침묵대신 어떤 미소로 제사지낸다
그 위를 비상하는
갈매기 조나단 시걸!
비겁한 절규는
내 말라버린 입술을 애무하고
검은 장막위를 뛴다


마지막 가슴에 든 비장의 무기
뼈를 갉아먹는 귀와
침묵을 지배하는 마른 입술에
무거운 실탄을 장전하여
벌거벗은 비겁자를 향해 발사
검은 피를 토하고
총에 쓰러진 외마디 비명은
어둠을 진동하는
신음, 신음소리 신음소리


벽에 걸린 십자가 피자국이 흘렀다


신음을 잠 들게한 음성들은
거부와 반항을 땅 속에 묻고
카인을 잠재우고
탕아를 돌아오게 하고
십자가속으로 흘렀다


어둠에 내린 푸른 넋들이
깊이 잠든 몸으로
스며 들었다
내란도 분란도 없었다
우울에 지린 자아는 또 변해
멍든 상처를 동여매고
상한 뼈속으로 고여드는
상아의 물결이
새벽을 대기하고
수없는 나상들이
옷을 꾸렸다
준비 완료
탈출구 문을 박차고
환성이 난무하는 길가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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