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계

사르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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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비아 (12 - 14쪽)



1

태양 바로 밑에서
태양이 버린
입술이 탄다

사르비아
작은 꽃술이 누리를 밝히고
한낮을 살라

사르비아
곁을 지나면
목마름을 부르고

사르비아
비는 오는데
촛불을 켠다.



2

정열의 향연은
마지막 생명을 위한
순결의 축제였다

금방이라도
시들은 피를 끓게 할
화기가 몸 속을 돌고

사르비아
사르비아
가쁜 숨을 쉬며
낫이 너의 목을 가른다

순결의 피를
태양 아래 숨죽이고
갈증에 탄 나의 목이
빨고 있었다.


3

황폐한 겨울 뜨락에
몸을 뉘었다
땅속 언 뿌리까지 온기여!

얼은 몸은
들려온 한가닥 볼레로에
웃고

순결의 피도
정열의 피도 잠든 고이 잠든
포근한 대지에 쐬는
내 파르한 입김 사르비아

그러면
잠든 사자의 노래는
다가오는 봄에 다시
타오르는 축제를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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