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구상의 시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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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 구상의 시 2편 


강 16

강은
과거에 이어져 있으면서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강은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산다.

강은
헤아릴 수 없는 집합이면서
단일(單一)과 평등(平等)을 유지한다.

강은
스스로를 거울같이 비워서
모든 것의 제 모습을 비춘다.

강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가장 낮은 자리를 택한다.

강은
그 어떤 폭력이나 굴욕에도
무저항으로 임하지만
결코 자기를 잃지 않는다.

강은
그 어떤 폭력이나 굴욕에도
무저항으로 임하지만
결코 자기를 잃지 않는다.

강은
뭇 생명에게 무조건 베풀고
아예 갚음을 바라지 않는다.

강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스려서
어떤 구속에도 자유롭다.

강은
생성(生成)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무상(無常) 속의 영원을 보여준다.

강은
날마다 판토마임으로
나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친다.



홀로와 더불어

나는 홀로다.
너와는 넘지 못할 담벽이 있고
너와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고
너와는 헤아릴 바 없는 거리가 있다.

나는 더불어다.
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이 담겨 있고
나의 먹이에 너희의 담이 배어 있고
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이 스며 있다.

이렇듯 나는 홀로서
또한 더불어 산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
그 평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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