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김 양식 서초동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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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

향내나는 내일의 시(32) 


서초동 참새

김 양식( 1931 - )

서초동에는 참새밖에 없다
매우 눈치 빠르고 잽싼 참새밖에 없다

날이 밝을 무렵부터 해질 때까지
그렇게 온 종일 서너 마리씩 몰려다니며
눈치껏 요리조리 먹이를 찾는다

서초동에는 앞산도 뒷산도 다 있지만
왠지 이름 모를 산새 한 마리 찾아들지 않는다

차마 돈과 시멘트, 그 퀴퀴한 냄새로 팽배한
문제의 8학군에 끼어들지 못해서일까
둥지값도 서초동 치솟는 집값에 못지 않아
함부로 둥지 틀 수도 세낼 수도 없어서일까

다만 눈치 빠르고 잽싼 참새만이
용케도 어느 구석인지 전혀 공짜로
비벼대고 들어앉아 새끼를 친다
희한한 서초동의 밤말[夜話]을 들으며-


시인 김 양식은 오랫동안 한국과 인도의 문화 교류에 기여해 오고 있다.
이 시는 '서초동 참새'를 통하여 물질 문명에 찌든 현실을 비유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순수한 산새는 오지 아니하고 이익 앞에 '눈치 빠르고 잽싼' 참새만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며 희한한 삶을 산다고 시인은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이 현실은 언제 바로 잡힐 것인가.
이것이 서초동만의 일은 아닌 듯 싶다.

이 종 우(시인/ www.ilovepo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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