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최 운상<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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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내일의 시>(30)


쌀 밥

최 운상(1942 - )

꾸역꾸역 목 울대를 끌어들이던, 년 놈들 서럽다.
서러워서 한 시절 저 황금빛 들녘에 허수아비처럼
참새를 우훠 우훠이 좇듯이 이제는 그 날이 그립다.
아직은 들판이 식기도 전인 것을
밥 사발 가득한 사랑을 곁눈으로 흘기고
계산이 맞지를 아니한다고 이리도 푸대접인가.

세세년년 가난이사 보리 고개였다지만
그 고개 발딱 넘어서자 이렇듯 멋모르는 세상이여
쌀밥! 하고 보면 그렇게도 풍성한 사람들의 웃음소리
쌀밥, 하고 나면 이렇게도 서러운 사람살이인 것을
이제야 알 것도 같은데, 철부지들의 한풀이는
끝간데를 모르리라고 세상은 눈을 흘긴다.

하지만 잊지는 말자. 우리의 고향은 쌀밥이다.
우리의 고향은 그 구수한 쌀밥인 것을.
잊지 못하는 서러운 사람들아, 별이 영글고
달달 둥근 달, 쉴만한 밤은 아직 아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역사 4335년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데, 우리는 과거는 물론 식탁에 오르는 먹거
리를 너무 쉽게 대하는 듯하다.
최 운상은 목회를 하면서 틈틈이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하
고 있다. 이 시는 <쌀밥>을 통해 지난 삶을 돌아보며, 배부른 현실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보이고 있다. 물질 만능의 시대에 음미해 볼만한
시라 하겠다. 이 종 우(시인/ www.ilovepo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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