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박 재삼<흥부 부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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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내일의 시>(29)


흥부 부부상
박 재삼( 1933 – 1997 )

흥부부부가 박덩이를 사이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방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내고
손발 닳은 처지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겨울면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까지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본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박 재삼은 동경에서 태어나 시집<춘향이 마음>을 내고 한(恨)을 표현한 전통적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는 흥부가의 모습을 통해 가난 속에서도 사랑의 소중함을 보여주며,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 연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잘 드러내 준다. 우리의 고전 <흥부전>을 바탕으로 고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한다 하겠다.
이 종우(시인/ www.ilovepo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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