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유 안진<세한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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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내일의 시>(29)


세한(歲寒)도 가는 길

유 안 진(1941 - )

서리 덮인 기러기 죽지로
그믐밤을 떠돌던 방황도
오십령(五十嶺) 고개부터는
추사체로 뻗친 길이다
천명(天命)이 일러주는 세한행 그 길이다
누구의 눈물로도 녹지 않는 얼음장 길을
닳고 터진 알발로
뜨겁게 녹여 가라신다
매웁고도 아린 향기 자오록한 꽃진 흘려서
자욱자욱 붉게 붉게 뒤따르게 하라신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추사의 <세한도>의 한 구(句)를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날이 추워진 후에야 송백(松柏)이 나중에 짐을 안다.)'가 생각이 나는데 이는 배부른 시대에 절조(節操)를 깨우치는 잠언으로 다가온다. 이 시대 끝없이 터지는 과욕과 비리는 바로 그러한 홍진의 유혹에서 이겨내려는 서릿발 길을 망각한데서 온다 하겠다.
시인은 50줄에 서서 삶을 돌아보고, 물질 만능이 주류를 이루는 어려운 시대적 상황에서 정신의 성찰을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다.
이 종 우 (시인/ www.ilovepo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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