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김현승<마지막 지상(地上)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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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내일의 시>(28)


마지막 지상(地上)에서

김 현승 (金顯承 1913 –1975)


산 까마귀
긴 울음을 남기고
지평선을 넘어갔다.

사방(四方)은 고요하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넋이여, 그 나라의 무덤은 평안한가.



다형(茶兄) 김 현승은 한국의 대표적인 크리스찬 시인 중 한 분인데, 목사이신 아버지 그리고 그의 아드님도 목사였다. 그는 평양 숭실 전문을 나와 숭전(지금의 숭실)대학교에서 문학 강의를 하였고, 강의실에서 고혈압으로 쓰러져 영면하였다. 이 분의 아드님이 필자의 성경 선생님이셨는데, 수업 중 아버지를 존경한다며 <플라타나스>를 암송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절대 고독>을 통하여 하나님과의 만남, 절대자 앞에서의 겸허함을 친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시는 그가 죽음을 예감한 듯 ‘사방이 고요하다!’라고 말하면서도 이 지상에서의 평안함을 보여준다. 그 나라의 평안함을 반문하는 것은 이 지상에서 마음의 평정을 가지고 있음을 보인다 하겠다. 2연에서 죽음이후에 대한 설레임이 드러내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절대자와 자기와의 내적 정신세계를 대면하면서 치열한 존재 인식을 보인 기독 시인이라 하겠다.
이 종우 (시인/ www.ilovepo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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