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오상순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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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내일의<25>


의문(疑問)

공초 오 상 순 (1894∼1963.6.3)


백발의
팔순(八旬) 늙은 할머니
걸음발 겨우 떼어놓는
초치(初齒)의 어린 아이
면(面)과 면을 서로 대하고
눈과 시선이 서로 마주칠 때
나는 묻고 싶었다
할머니에게
당신은 그 아이를
아시나이까?
나는 묻고 싶었다
어린 아이에게
너는 저 할머니를
아느냐고..


공초(空超) 오 상순은 그의 호(號)대로 담배를 많이 피었다. 그는 오랜 동안 시 를 써오며, 50년대 문단의 정신적 지주였다. 6.25 동족상잔(同族相殘) 후에 그는 특히 문학하는 젊은이들에게 정신적 고향이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다니던 서울 명동의 다방은 황무했던 땅에 토론과 철학과 문학의 씨를 뿌 렸다고들 한다. 그의 무덤은 수유리 빨래골 양지 바른 곳에 있는데 늘 그의 곁에 는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그의 추모회가 활동하고 있다.
이 시는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구 '나는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뛰누나' 또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아 기와 할머니, 그들이 갖고있는 마음 순수를 노래하는데 이 땅은 과연 어떤가. 눈 앞의 이익을 향해 질주하는 세태에서도 그의 정신적 세계는 살아있으리라 믿으니 어찌 다행이라 아니 하리요.
이 종 우(시인/ www.ilovepo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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