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이생진 <술에 취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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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

향내나는 내일의 시<21>


술에 취한 바다

이 생진(李生珍 1929 ∼ )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귀로 글로만 보던 시인을 저 북한산 자락에 있는 <우이(牛耳)시 낭송회>에서 처 음 만났다. 시인은 바다의 친구처럼 시(詩)로 물든 새맑은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는 음유 시인처럼 바다소리와 함께 낭송을 한다. 그의 시 낭송은
홈페 이지(poet.co.kr/sj)에서 들을 수 있는데, 도시 속에서 바다에 가지 않고 바다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
이 시는 그가 바다의 시인으로 불려지는 만큼 바다와 대작(對酌)을 하고 있다.
거기 일출로 유명한 성산포 바다에서는 남녀가 따로 없듯이, '바다'와 서정적 자 아 '나'의 가까운 어울림이 눈앞에 떠오르는 듯하다. 그런데 서로 제 말만 한다니 아직 바다와 합일(合一)은 아니한가 보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성산 일출 바다는 보지 않아도 알 듯하고, 시인의 마 음도 그렇다.

이 종 우(시인/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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