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박 남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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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남 수(朴南秀 1918 - )

물상(物象)이 떨어지는 순간,
휘뚝 손은 기울며
허공에서 기댈 데가 없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손은 소유하고
또 놓쳐 왔을까.

*

잠간씩 가져보는
허무의 체적(體積).

그래서 손은 노(怒)하면
주먹이 된다.
주먹이 풀리면
손바닥을 맞부비는
따가운 기원(祈願)이 된다.



박 남수는 몇 안 되는 월남(越南) 시인으로 1939년 <문장>지를 통해 나와, 초기 시에서는 시대 상황이 말해주듯 어두운 분위기와 불안감을 보였다. 그는 이후 이 미지의 조형에 관심을 두어 새로운 언어의 획득과 존재의 본성을 찾고 있다.
이 시는 삶의 허무를 인식하면서 인간의 소유에 대한 문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손 이 '주먹이 되는' 상황이 허무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이거나 무서운 분노의 표현이 라면 '주먹이 풀리면'은 무소유를 지향하는 사랑의 자세라 할 때에 그것은 따스한 기원이요, 이웃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이 종 우(ljow@unitel.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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