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김 광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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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

향내나는 내일의 시 <19>


대 통 령
- 트르만
김 광 섭( 金珖燮 1905 - 1977)

집을 떠나갔다가
백악관에 들러
국민들에게
나라를 위한 일을
어떻게 한다는 것을 일러주다가
임기가 되니

옛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고향 가는 길이다

나는 아이를 제일 좋아한다
나는 아기들에게서 새 것을 배운다.


김 광섭은 <성북동 비둘기>로 익히 알려져 있고, <저녁에>는 대중가요로 불리고 있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이렇게 정다운/너 하나 나 하나는/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가 그것이다. 그의 초기 시는 어두운 현실을 인식하고 자아를 확립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이 시는 트르만 미국 대통령이 공직에서 일상(日常)으로 돌아오는 모습 속에서, 순수하고 평범하고 인간적인 따사로움을 느끼게 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나이는 늙어 아이 때를 그리는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자신의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체면도 잃고 범본(範本)이 되지 못하는 이 많으니, 트르만의 행적은 잘 모른다해도, 저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이 임기 후 평범한 시민으로 성실히 사는 모습에서 민주주의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겸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3연에서 '아이'로 발전하는데 순진무구한 인간상을 그리며, 이를 강조하기 위해 결구(結句)를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대통령상들이 많아야 이 땅의 민주주의도 꽃을 피울텐데 그 날이 언제 올 것인가, 국민의 의식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 종 우(시인/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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