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김소월 <옷과 밥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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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내일의 시<17>


옷과 밥과 자유
김 소월(金素月 1902 - 1934)

공중에 떠다니는
저기 저 새요
네 몸에는 털 있고 깃이 있지

밭에는 밭곡식
논에는 물벼
눌하게 익어서 수그러졌네!

초산(楚山) 지나 적유령(狄踰嶺)
넘어선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
(서도여운 西道餘韻)


소월은 우리의 전통적 정서에 접맥되는 한(恨)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고, 향토적 정감과 민요적 율조를 잘 드러낸 시인으로 지금도 널리 사랑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시에서 언뜻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삶을 살았고, 비극적 삶을 살았음을 아는 이는 적은 듯하다. 그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시 <초혼>에서 보이는 처절함은 그의 삶을 예감적으로 보여주는 듯하고, 익히 애송되는 <산유화> <진달래꽃> 등은 우리의 정서를 승화 시켰다.
그는 말년에 현실의 고통을 노래했는데 이 또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위의 시 에서 보듯 '새'처럼 자유롭고 싶고, 들판을 보며 느끼는 현실의 밥 문제 인식, 어디론가 가야 하는 궁핍함을 이 시는 보여준다. 그러나 그가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하고도 그것을 극복하지 못함은 그의 인간적 한계이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면 우리의 시사(詩史)가 밝았으리. 그는 어쨌든 지난 한국인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시로 성공한 민족시인임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가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끼친 영향은 크고, 그의 시는 늘 우리 곁에 남아 있으리.
이 종 우(시인/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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