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윤동주<돌아와 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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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내일의 시 <16>


돌아와 보는 밤

윤 동 주(1917∼1945. 2. 16)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 는 것이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空氣)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우리 민족이 어둠 속에 있을 때 마지막 시혼(詩魂)의 등불을 밝힌 윤 동주. 그는 지성인으로 일제 강점기의 현실을 부끄러워하고, 자아성찰과 저항적 자세를 견지 했던 몇 안 되는 민족 시인으로, 일본 교토에서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 체포되어 후꾸오까 형무소에서 그의 젊은 생애를 마감했다. 그러나 그의 시비(詩碑) 앞에는 아직도 헌화가 줄을 이은다 하니 그의 민족혼의 향과 생명을 느낄 수 있겠다.
이 시에서 그는 <세상>과 <내 방>을 대조하여, 일제 강점기의 세상을 어둠으로 인식하고 현실을 거부한다. 그 의미가 1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낮의 분별을 통해 <낮>을 거부하는 것은 그의 일관된 인식이고, 밖과 방의 <공기>를 환기하려 해도 밖의 공기는 오염된 공기임을 감지하는 현실인식이 돋보인다. 또한 3연 '하 루의 울분을 씻는 바 없어' 는 민족주의적 모습과 자기를 돌아보는 성찰을 잘 보여 준다. 능금처럼 익어 가는 그의 사상(思想)이 그의 시에 여러 곳에서 잘 드러나 듯 <한국의 자주독립 사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보며, 이는
21세기 현재에도 필요한 사상이요 정신이리라.
이 종 우(시인/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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