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김 류<심양에 부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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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내일의 시 <15>


심양에 부치는 글(付書瀋陽)

김 류(1571 - 1648)

높이서 오동잎은 지고 비는 쓸쓸히 내리네
북 쪽 길 삼천리 꿈속에도 알 수 없고
볼모 간 이들에게 소식 보내려 하니
한 줄 글에 눈물은 만 줄이네.

高梧葉落雨凄凄
塞路三千夢亦迷
欲向征人寄消息
一行書又萬行啼

병자호란(丙子胡亂)으로 나라가 치욕을 당하고, 백성의 살이는 말이 아니었을 것 이다. 김 류는 안산 사람으로 인조반정의 일등 공신으로 후에 영의정을 지냈고 시(詩)로도 이름을 날리었다. 그는 외아들 김 경징이 강화도 패전의 책임으로 사 사(賜死)되는 쓰라린 고통을 겪고, 벼슬을 단념하고 안산에 칩거하였다 한다. 호란으로 청(淸)에 붙들려간 김상헌 등 3학사 등의 소식이라도 알려해도 감감하고, 그들에게 소식을 전하려 하나 그들을 생각하면 글 한 줄 못 쓰고 눈물이 앞서는, 깊은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쓸쓸한 배경을 통하여 나라를 생각하는 우국지정(憂 國之情)을
느끼게 하며, 결구(結句)는 처참한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 준다. 비애지통(悲哀之痛)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 이 시대에도 그와 같은 아픔이 없다 할 수 없으니 시 한 편이 생명이 있는 줄 알겠다.
이 종 우(시인 /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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