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고 훈 <여름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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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내일의 시 <12>


여름 낙엽

고 훈(1946∼ )

너무 일찍 방문하였습니다
환영받지 못할 오솔길에서
여름 노래 부르다
벌써 가을병을 앓습니다

버림당했다 해도
사랑했다면 아름다움 아닌가
빈손이라도
살아 있다면 풍요로움 아닌가

있어 번거로울 수 있듯이
없어 가벼울 수 있음이여
주어진 모든 것이 은총이려니

사랑하는 이여
나의 나 됨을 있는 그대로 받으십시오
여름 깊어지면 머지 않아 가을이 올 것입니다.


문협 안산지부는 안산에 정착한 문인들을 중심으로 80년 말에 결성되어 삭막해 져 가는 현실에 정서(情緖)의 씨를 뿌렸다 하겠는데, 매년 <안산문학>을 발간 올 해로 13호를 맞이한다.
고 훈은 20여년 전부터 안산에서 목회를 하면서 <소중한 외출> 등 시집과 기독교 문화 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히 문화 활동을 하였는데, 지금 투병중이라니 쾌유를 빌어 본다.
이 시는 일찍 떨어진 낙엽을 통하여 사랑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인식하게 하 고, 무소유(無所有)일지라도 긍정하는 무욕(無慾)의 미를 보이며 세상이 모두 은 총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는 따스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이 종 우(시인 /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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