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과 이해

장유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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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내일의 詩 <3>


방 언(放言)
장 유(張維 1587∼1638)

큰 벌레는 작은 벌레를 먹고
강자는 약자 고기로 배를 불리네
먹고 먹히는 이 세상에서
만물은 서로들 남을 해치네.

강한 자 어찌 늘 이기리오
어느 때 더 강한 자와 마주 치나니
힘으로 할 양이면 힘은 한 없고
지혜로 한다 해도 가지가지라.

지인(至人)은 남과 나를 끊고
마음이 허공과 더불어 비어 있나니
허공이 만물을 이기려 않듯이
만물 또한 허공을 이기려 않네.

大蟲食小蟲 强者飽弱肉
呑啖世界內 物物相殘賊
强者豈常强 有時遇勁敵
任力力無盡 任智智相百
至人斷人我 心與虛空廓
虛空不勝物 物亦勝不得

*방언(放言) 거리낌 없이 함부로 말해 버림
*지인(至人) 도덕이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

계곡(谿谷) 장유는 안산 사람으로 조선 중기 문장 4대가로 상촌(象村) 신흠, 월사(月沙) 이정구, 택당(澤堂) 이식과 더불어 계상월택(谿象月澤)으로 불려졌다.
그는 이 시에서 세태의 통찰을 통해 사심(私心)없는 마음을 일깨우는 깨달음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이는 물질에 매달린 현대인에게 큰 가르침이라 하겠다.
이 종 우(시인 /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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