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시 연구

번역에 있어 연과 행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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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있어 연과 행의 문제

우리 시의 영역은 한역처럼 일반적이지 못 하고, 연구의 성과가 적은 만큼 다루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문화 인식의 차이, 누앙스의 일치 문제, 운율의 재고 등에서 쉽지 않으므로 보다 깊이 있는 고구를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 시를 영역함에 있어 연과 행을 꼭 지킬 것인가, 변형도 가능한가에 대해 생각하기로 한다.
그 텍스트로 정 성수<날아가는 새>(고 창수 번역)를 중심으로 보기로 하자.

한 번 둥지를 차오른 새는
다시 지상에 내려앉지 않는다

쉬지 않고 날아갈 뿐

눈 내리는 허공에 문득 정지할 뿐
그 순간
수직으로 아득히 추락할 뿐

깃털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을 뿐.


The Flying Bird

Once it flies away from its nest,
The bird does not land on earth again.

It only flies away without cease.

It only halt suddenly in the vacant sky
Where snow is falling.
In that moment
It only falls far far away
Perpendicularly

It does not even leave
Vestiges of its feathers.

번역이 잘 되었는가가 이 글의 초점이 아니다. 원시의 3연 3행, 4연 1행을 각각 5행과 2행으로 하였다. 그 의미 전달의 명료를 위해서라고 볼 수 있겠는데, 대체로 행이 길어진다 해도 원시와 번역시가 같은 연과 행으로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왜냐하면 원시에의 충실과 시인의 호흡과 그 길이를 생각하는 것이 나을 듯하고, 어려우나 영어의 압축을 지향하고 가능하다면 원시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원시의 외형적 맛이라도 느끼게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졸역을 해보았다.


Once the bird flied away from the nest
does not land on earth again

Only flies away without rest

Only staying suddenly in the snowy sky
in that moment
it only falls far away vertically

Only it was not seen the vestiges of its feathers.

연의 변형이 분명한 의미의 전달을 위한 어순의 고려, 수식 관계, 운율의 고려가 아니라면 굳이 늘일 필요는 없으리라. 연과 행을 지켜주어도 큰 무리는 아닐 듯싶다. 번역이 제 2의 창작이 되지 않고 그 분위기와 어조를 살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또한, <날아가는 새>의 끝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추락이라고 할 때, 이는 절망적이나 새의 날아감에 대하여 아무 미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한 시적 정서를 영역시에서도 느껴지게 하는 것이 번역자의 몫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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