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우리는 대통령의 연설문조차 만들지 못하는 나라인가

  • 0
  • 1,208
  • Print
  • 글주소
  • 11-21

우리는 대통령의 연설문조차 만들지 못하는 나라인가


지난 10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위해 서울공항을 출발하여 이날 워싱턴 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서 미국 국빈방문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13일 미 의회 연설에서 5번의 기립박수를 포함해서 45번의 박수를 받았다고 흡족해 하면서 부인 김윤옥 여사와 15일까지 미국 수도 워싱턴과 디트로이트, 시카고를 차례로 방문한 뒤 16일 예정대로 귀국했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할 때 이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백악관 국빈만찬 등에서 행한 연설문 작성을 위해 주미한국대사관이 지난 9월 미국 연설문 초안(草案) 작성에 무려 4만6500달러(5180만 원)를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지난 11월 6일 밝혀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공개된 미국 법무부의 FARA(외국로비업체공개법)에 따르면 주미한국대사관은 워싱턴의 연설문 작성업체인 웨스트윙라이터스(West Wing Writers)에 의뢰해서 이 대통령의 미 상·하원 합동회의, 미 상공회의소, 백악관 환영행사·국빈 만찬, 국무부 오찬 등 5개의 연설문 초안 작성을 의뢰했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에서 임태희 실장은 “예전부터 죽 내려오던 관행”이라고 설명하면서 “그 업체는 컨설팅・자문업체이고 대통령 연설은 국내 연설비서관이 작성한 것”이라며 “외국을 방문하면 연설 때마다 어떤 것을 강조하는 것이 좋은지, 해당 대사관에 조사해서 자료를 보내오는데, 그 중에 미국 업체가 대상기관이었던 것 같다”고 부연・설명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설사 유례가 없다 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임 실장을 거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IT, 조선, 자동차 등의 제조업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수출력을 바탕으로 세계 10대 무역강국으로 성장했고, 케이팜(K-POP)이라는 문화예술이 지금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한류(韓流)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문화・예술적 역량이 세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나라라는 국민적 자긍심(自矜心)에 심대한 상처를 안겨줬다는 사실이 더욱 아린 가슴으로 다가선다. 우리 대통령의 연설문을 우리 문인과 우리 영문학자가 아닌 미국 용역회사에 5천1백80만 원이라는 거금의 용역으로 연설문을 작성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울분이 솟구치고 부끄럽다는 말이다.

우리 문학청년들이 언론・방송사 신춘문예나 백일장 등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등단(登壇)한 문인 1만2천여 명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에 지원하는 정부 예산이《月刊文學》잡지 발간에 월 3백만 원, 문학심포지엄 5백만원, 합해서 고작 4천백만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실제《月刊文學》발행 비용이 일년에 3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정부의 지원이 얼마나 초라한지 이해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국문인협회는《月刊文學》외에 계간지《계절문학》까지 발간하고 있다. 정부는 노벨과학상을 염원하면서도 과학자를 푸대접하고, 노벨문학상을 갈구하면서도 창작활동의 場인 ‘문학관’ 건립은 고사하고 원고료 지원조차 없다. 우리 문인들의 이런 딱한 사정을 생각하면 울분과 눈물이 함께 교차하는 심정이다. 정말, 울고 싶다.

과학사랑모임(이사장 최진호, 한국문협 대외협력위원장)은 “지금 무상(無常)이 판을 치고 반값이 춤을 추는 세상인데도 청년실업이 팽배하고 6백여만 명의 비정규직이 울분 속에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우리가 제기하는 것은 “우리 문인들은 배고파서 신음하고 있는데도 대통령 연설문 초안(草案) 작성에는 미국 연설문 제작회사에 거금을 펑펑 써도 되는지, 그런 형평성의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언제부터 이처럼 생각이 메마른 시린 가슴을 안고 춥고 배고픈 나날을 보내야 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출처 : 과학사랑모임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