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논문

임진각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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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의 오후(午後)


임진강 강(江)물은
이토록 지루한 오후에도
서(西)로 서로 흐른다.

추수(秋收)를 기다리는 저 누른 빛은
북(北)에서 흐르는 차가운 바람에 식고
임진각 처마 끝에서 그늘 지는데,

철망의 녹슨 쇠
아, 개성(開城) 육십리(六十里)
철마도 달려 저 아스라한
언덕 역마에
닻을 내리고 싶어 하는가.

자유(自由)의 다리여, 돌아오지 않는 다리여.
통제된 철교여,
현실은 여기 지도(地圖) 한 장에
그어진 155마일의 깊이로
땅을 가른다,
이 땅에 서 있는 모두의
발을 묶는다.

심장을 멈추게 하노니,
저 교류(交流)하는 강(江)은
여기 웅성거리는 눈물을 삼킨 채

서로 서로 흐른다. 임진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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