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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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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乙淑島)에서


을씨년스런 울숙도의
미풍(微風)은 공사장(工事場)의 도자 소리를
적신다. 여기 우리들의
훼방은 우리의 목숨을 스스로 죽이는데,
갈대의 숨결은 아직도
저 갈빛을 바라보는데.

철새는 오지 않겠지,
이제 을숙도는 쓰러지는 갈대의 쑤근거리는
아우성으로 가득 차고,
우리의 가슴속엔 망치 두드리는 소리만 남아,
저 하구(河口)의 거대한 댐만을 바라보겠지.

거룻배도
그 지나간 자취에 사랑을 묻고
사라졌던가.

오늘 을숙도에는 기껏
부산 시민 50여명의
매몰 반대, 그 음성이
강바람에 흩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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