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고교 평준화의 문제

  • 0
  • 1,143
  • Print
  • 글주소
  • 11-21

고교 평준화의 문제


이 종 우(시인)

일찍이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교 평준화는 대체로 긍정적 측면이 크면서도, 학생의 전반적 실력이 하향 평준화 되었다고들 한다. 잘 아시다시 피 지역에 따라서는 편차가 크게 나타나기도 하여 서울의 경우 강남이냐 강북이냐 그 위치에 따라 학교의 질(質)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8학군으로 이사 가는 등 평 준화 속에서도 묘한 현상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의 여러 요인중, 학교 환경의 차이와 또 학교마다 다른 향학 의지에 따라서 대학 진학의 차이가 나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역기능은 고입 자유 경쟁에 의한 선발 제도에서 볼 수 있던 문제의 하나인 학교간 서열화에 버금가는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영재 교육을 표방, 외국어 고교나 과학 고교을 설립 허가하여, 겉으 로는 세계화와 과학 입국을 내세우지만 이것은 사실 평준화 가운데에 특수 학교의 길을 연 것이며, 우수 학생을 편중케 한 것이다. 물론 영재 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학교의 설립 목적을 학생들에게 충실히 지도하여 학교의 특성을 살리며 그들의 미래를 키워야 하는데, 대학 진학에 좋은 결과를 가져 왔는 지는 몰라도 그들의 전공(專攻)을 살려 외국어 담당을 위한 일꾼으로 또, 이 땅의 미래 한국 과학을 꽃 피울 과학자로 커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들의 다수 학생이 전공과는 다른 방향으로 대학 진학을 했다면 결국 교육 낭비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평준화가 획일화는 분명 아닐 것이다. 올해 고등학교 입학부터 안양을 비롯 군포, 의왕, 과천 등 안양권에 평준화 제도가 도입되는데, 문제는 경기도 교육청이 평준화 정책의 연구와 시안을 마련하고 여러 차례 공청회를 걸쳐 좋은 새책을 마련했다하더라도 평준화 이전에 보다 면밀히 각 학교의 특성을 살리면서 구체화하며, 교육 환경의 평준화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을 보라, 교육 환경이 열악한 학교가 한 둘이 아니다. 교육청이 마련한 <평준화 지역 학생 배정 방안>을 보면 한국 교육개발원 등 연구 기관과 공청회를 통해 보다 공평한 배정에 대한 노력의 흔적이 보이며, 그 배정 방법이나 그에 따른 역기능을 최소화하려는 면도 보인다. 그러면서도 우려되는 것은 1,2차 배정에서 보듯 선 지원 후 추첨 배정과 근거리 학교 배정이 근간이 되고 있는데, 학부형들은 그 동안 좋은 학교로 인식되던 학교로 보내기 위해 여러 방편을 쓸 가능성이 있다. 이제 평준화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교육 환경의 차이를 줄이고, 우열의 차를 줄여나가는 것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무 교육은 청소년에게 훌륭한 시민의식을 가진 민주 시민을 키워주는데 실패하고 있다. 이것의 연장(延長)도 문제요, 고교 평준화로 성적 차이가 현저하기 마련일텐데 이러저러한 학생들이 뒤범벅이 되었을 때 수준 있는 학습이 되기 어렵고, 교사는 그 가르치는 수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난감해 하고 있으며, 이는 곧 하향 평준화를 의미하고 이것이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본다. 즉 부실한 공교육은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몰아 갈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우리 사회는 <창조적 소수(少數)>의 깊은 학식뿐 아니라, 성실하고 양심이 살아 있으며 질서를 지키는 시민의식을 필요로 한다. 아울러 건강한 내일의 역군이 될 수 있는 기본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평준화가 민주 시민의 소양마저도 키우지 못한다면 옛날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ljow@unitel.co.kr)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