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교육정책은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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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은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이 종 우(시인)

교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말은 교육 정책을 책임진 이가 명심해야 할 말이다. 최근 교육부는 2002학년 새 학기부터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의 학급 정원을 35명 선으로 할 것을 각급 학교에 통보, 학교에서는 이를 위한 교실의 확보와 교사의 증원 등 그 대책에 분주하다고 한다.

7차 교육 과정에 따라 2002학년도 1학년부터 연차적으로 학급 정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3개 학년 모두를 35명 선으로 한다는 것은 예상하기 어려운 매우 놀라운 일 이었고, 또한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구 집중현상이 심하여 교육 환경이 열악한 수도권 도시의 경우는 매우 곤혹스러워 보인다. 학급 정원을 줄이는 것은 분명 교육 환경 개선(改善)의 중요한 일면이나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으로 교실(敎室)의 확보가 시급하고, 더구나 그것이 내년 새 학기부터라니 그 마련이 졸속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역과 학교에 따라 사정은 다르겠으나, 실험실이나 특별 교실을 개조하여 교실로 사용하는 것은 학습 활동의 위축이나 부실을 초래하기 쉬울 것이다. 임시로 개조한다고 해도 특별 교실을 만들기 위해 든 비용과 새로 개조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보이며,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느낌이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더구나, 사십 여명이 정원이었던 지역에서는 대략 10여 개 교실을 마련해야 한다면 교사의 신축(新築)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 적절한 장소의 마련과 설계 그리고 건축의 시공에서 완공에 이르는 데는 내년 신학기 전까지 매우 어려운 일인 듯 보인다. 설령 짓는다 해도 겨울 공사가 뻔하므로 튼튼한 교실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교육 기관인 학교의 중요 시설인 교실이 부실하게 만들어진다면 학급 정원 35명은 무슨 소용이며, 그 의미가 퇴색될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선진국 수준의 교실은 20명 선으로 알고 있는 바, 35명의 교실이 우리 교육의 목표는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교실의 개조 신축 등 그 마련은 지역과 각 급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고 적어도 25명 선을 염두에 두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향후의 학생 수, 7차 과정을 염두에 둔 교실의 효율적 건축과 그 사용 등 여러 변수를 잘 예측하여 한다. 그러나 시기적으로나 그 실행에 있어 급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누구의 업적을 위하여 교육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한국의 내일을 위해 교육은
존재하는 것이지 오늘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당연히 긴 안목으로 투자하여야 하고 <어려서부터>의 교육이 중요함에도, 서두르고 빠르게 가시적인 효과를 바라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우리 교육 행정에 철학(哲學)이나 비전이 부족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 정책은 설익은 밥을 만드는 솥이어서는 안 된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서 수많은 열매를 기대하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이 절실하다. 교육의 문제는 이 나라의 내일과 직결되기에 심사숙고하고 관료제에 얽매이지 않으며 묵묵히 일하는, 내일의 철학이 살아있는 교육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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