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한국의 통일을 위한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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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

 


한국의 통일을 위한 전제 조건
이 종 우(시인)

일찍이 백범 김구(金九)선생은 <완전한 자주 독립> 을 외쳤다. 그러나 우리는 반쪽만의 독립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미 군정이후에 겉으로는 독립을 하였으나 지금까지도 미국의 영향이 너무도 크다. 또한 분단이후 우리의 경제가 보릿고개를 넘고 살만해 지니까 통일이 절실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계층도 생긴 것 같다. 더욱 눈 여겨 볼 것은 우리는 아직 민주사회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 한 예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각종 선거에서 관권이나 금권선거가 판을 치고 대다수의 후보가 선거 제한비용을 어기며 또한 투표권자는 인물을 고르기보다 후보 진영으로부터 아직까지 무언가를 바라는 이가 있으니, 우리의 시민의식은 아직 어둠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민주시민은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일꾼을 찾아 신선한 권리를 행사해야 함에도 저급함에 머물고 있다. 우리가 진실로 민주시민이 되고 민주사회를 이루지 못하면 통일은 우리에게 요원한 일이다.
또 우리의 경제 의식은 남을 고려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법규나 규정을 지키고제대로 납세하면서 경제 활동을 하면 한번에 큰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자본주의 사회의 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더구나 사회 환원은커녕 불법으로 재산을 상속하고, 친인척을 통한 경영권력의 유지, 혼인의 의한 정경 유착 즉, 권력과 돈의 만남으로 사회에서 기득권층 내지는 상류층을 고수하려 한다. 이땅의 많은 이들은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보는 듯하다. 앞서 말한 것들은 우리의 천민자본주의를 잘 드러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천민자본주의가 타파되지 아니하고, 돈에 눈이 먼 사회가 건전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통일은 될 수 없을 것이다.
만시지탄이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은근 슬쩍 넘어간 우리의 정신 문제, 즉 친일 행위자의 행적을 밝혀야 하고 아울러 그들이 이미 받은 각종 혜택을 박탈 회수하여, 다소의 시끄러움은 있겠으나 부끄러움을 환기시키고 민족 정기를 살려야 하며, 각종 쿠데타 모의자 및 이 사회를 어둡게 한 비리 부패자는 절대로 공직에 나설 수 없게 하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깨끗한 사회가 되지 않으면 통일은 험난한 길이 될 것임은 뻔하다.
우리의 환경을 적어도 북한 수준의 자연 환경으로 만들지 않으면 통일 비용은 우리 스스로에게 다 들어갈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사회요, 환경이 최우선인 사회이다. 지금까지의 난개발을 계속하여 환경 보전을 하지 않으면 통일을 앞당길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북한의 문제를 짚어가도록 하자. 최근 금강산 관광, 김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산가족 상봉 등 화해의 몸짓으로 전쟁의 위험은 그만큼 준 것은 사실이다. 김 정일의 서울 답방은 그 확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통일을 위해서는 김 일성 우상화 체제의 붕괴 없이는 통일의 물꼬를 열 수 없다고 본다. 물론 그러함에도 대화의 장과 교류는 지속하여야 할 것이다. 그 우상화 체제의 연장선에 있는 김 정일 체제에서는 그들이 획기적으로 개방 체제로 나아가지 않는 한 통일 논의는 전쟁 억제의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통일 논의는 우상화 체제가 무너지고 북한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과거의 새로운 청산 작업이 진행될 때 가능할 것이다. 그 시기는 과도기를 포함 대략 20년 뒤가 아닐까 한다.
본격적인 통일 논의는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관광 지역의 상호 방문, 평화 협정의 조속한 체결, 군비 축소 합의 등을 이루고 서신 교환, 상호 텔레비전 시청 개방, 경제 교류 협력과 투자 보장, 북한의 산업의 육성 지원 등 여유를 갖고 해 나아간다면 통일의 빗장은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한의 경제적 차이를 줄이려는 연구와 이행은 중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생존 방식과 의식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통일에 대한 어떠한 결과를 업적으로 내세우려 해서는 안 된다. 남북한 국민의 열망과 노력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통일 연구에 몰두하는 자들이 많다는데 우리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독일은 통일의 한 케이스이다.
남북한의 최근세 역사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 친일을 그냥 지나치고 민족 정기도 잃고, 독재로 얼룩지어 그저 잘 살기위해 앞으로만 치달은 남한이나, 친일을 청산했다거나 토지 개혁을 한 긍정적 측면보다 더욱 부정적인 동족상잔을 일으키고, 독재 우상화로 간 북한이나 모두 온전한 사회가 아니다. 그 깊은 상처는 이제 우리 한민족이 깨우쳐 일어나서 보듬어야 하고 새로운 한국을 건설하여야 한다. 분단 상황에서 통일 조국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그 길을 가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만주를 비롯한 한국인 경제 불록 형성, 평화 협정으로 인한 국방비 절감, 북한을 통과하는 대륙에로의 진출과 물자 및 자원의 원활한 수송과 활용 등 남북이 긴밀히 마주 손을 잡아야 함은 시대적 필연이라 하겠다.
우리 민족의 진정한 소원이 통일이라면,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통일은 하루라도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하고 올바르게 하는 것이 통일로 가는 걸음임을 명심하자. (ljow@unitr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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