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역사는 속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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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

 


역사는 속이지 못한다
이 종 우(시인)

우리나라는 20세기 초 근대화의 물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수많은 항거와 저항이 있었음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하였고, 미군정 치하(이를 소위 '해방공간'이라는데 허구적 용어로 보인다)와 그 와중에 좌우익의 갈등 그리고 분단, 동족상잔(同族相殘)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역사는 비극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하나뿐인 이 지구는 블록화내지는 통합을 통하여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통일 지향적 자세는 저 만주 지역의 한인(韓人)과 우리를 위해서 필요함에도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사람이 많은 듯하다. 그들은 스스로 북한 동포에게 별로 준 것이 없는데도 <퍼준다>고 생색을 낸다.

우리는 친일을 청산하지 못하고, 또 새로운 세기에 와 있다. 그러니 민족정기가 있겠는가. 친일의 자식은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 교육도 많이 받고, 재산도 물려받는 등 이 땅에서 엄청난 은택을 입었음에도 자신이 잘 나서인지 안다. 독립투사의 자손은 대체로 어렵게 지내는 줄로 알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역사도 일본의 교과서처럼 왜곡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추리지 못 하고 남에게 화살만 던지는 꼴이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이 역사와 유물을, 기록(記錄)을 왜곡한데도 곧은 역사는 어디선가 살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함과 아울러 자신을 돌아보고 저 도산 안창호선생이 부르짖었던 무실역행(務實力行)을 착실히 해나가야 하는데 도대체 우리의 지도자들은 무엇을 하는가. 일 예로 유신의 주역 박정희씨는 군사 독재의 길을 열었으나 보리 고개의 한을 풀게 했다며 기념관을 건립하여야 한다 하고, 이를 정부 지원으로 하겠다는 말들이 들린다. 이것이 역사왜곡이요, 국민의 피땀어린 혈세를 철저히 낭비하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 불쌍타 대한민국이여! 저 광화문 거리에 충무공 동상 앞에는 육당 최남선 선생이나 춘원 이광수 선생이 떡하니 서 있어야 함에도, 그들은 일제에 무릎을 꺾고 말아 그들의 자취를 따를 수 없어 안타깝다. 또 역사왜곡의 하나가 미당 서정주가 하늘나라로 가니 신문 방송에서 나오는 소리의 요지(要旨)가 <민족시인>이라니 그의 친일 행각은 지면상 줄이거니와 저 민족시인 육사 이활(李活)선생과 젊어서 일제에게 무참히 죽어간 윤동주 시인은 지하에서 통곡을 하였을 것이다. 이것이 역사왜곡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기는 모르고 남만 빤히 노려보는 자세는 위험하다. 그들의 의도적이고 몰상식한 왜곡은 바로 잡힐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보다 더욱 문제인 것이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의 왜곡일 것이다. 그리고 늘 우리를 못 살게 하였고 노략질하였으며 거짓을 일 삼았던, 어리석은 일본인을 무엇으로 응징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힘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엄청나게 당해왔는데 그들 교과서에 세심하게 신경 쓰느니 우리의 힘을 한 치라도 키우는 것이 나을 듯하다.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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