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영어 제2 공용어 활용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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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英語) 제2공용어 활용의 뜻


이 종 우 (시인)

우리의 말과 글은 소중하다. 그 속에는 우리의 혼(魂)과 전통(傳統)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가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던가.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 '우리의 혼이나 얼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전통은 잘 계승하여 왔는가' 하고 물을 때 떠오르는 것은 부끄럽게도 우리의 모습은 부정적이요, 전통을 계승한 모습보다 저급한 외국의 문물에 찌든 모습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살피어, 더 나은 세계를 지향해야 함에도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그들의 발꿈치 따라가기에 바쁜 현실 아닌가. 우리에게 철학 교수는 있는지 몰라도 철학자는 없다는 말처럼 배는 부르고 겉은 화려하나 우리 문화의 깊이는 얕아진 것이 아닐까.
우리는 언제 그들보다 앞서 갈 수 있을까. 그 문제의 일환으로 영어 제2 공용어화 문제를 살피기로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1998년 7월에 조선일보 등에서 논쟁이 있었다. 대체로 의견이 양분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영어 제2 공용어화에 대한 도민 공개 토론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맞섰다. 즉, 찬성측(변 종민 제주대 영어교육과 교수)은 국가 경쟁력 제고, 국제 자유도시 건설, 이에 따른 언론 매체의 한글 영어 병기 등 영어 친화적 환경을 구축하여, 세계화에 따른 현실적 개방적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측(허 남춘 제주대 국문과 교수)은 영어 공용화는 제주민의 삶을 파괴하며 제주 문화의 정체성을 잃게 하고 교육의 종속 등 폐해가 크다며, 언어 식민지를 자초할 것임을 주장했다.
지구는 하나인 글로벌 시대이며, 제주의 관광적 명성 그리고 지리적 특수성에서 영어 공용화 시범지역으로 지정 그 추이를 살피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제주도에서는 한글과 영어를 같이 병기(倂記)하고 언론매체도 두 언어를 같이 사용하여 영어 친화적 환경을 만듦과 동시에 제주의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방안을 보완한다면, 영어의 사용이 우리의 정체성을 죽이고 교육의 종속이나 언어 식민지가 되리라고 볼 수 없다.
제주도가 시범적으로 활용될 뿐 그 성패(成敗)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다. 영어의 공용화 문제를 제주에서 시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은 제주민에게는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이제 보수적인데서 나와서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교실에서 죽어라하고 배우는 현실에서 벗어나 제주의 거리에서 우리말과 함께 어울려 쓰는 모습을 보자. 같이 쓰인다고 오랜 시간이 흐른다 해서 우리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구의 3-5%가 영어를 잘 하면 된다는데 제주민도 잘 되리라고 본다. 다시 말해 한 집에 한 명 한 가게에 한 명이 영어를 잘하면 된다. 그리하여 제주가 영어의 메카가 되면 제주는 관광뿐 아니라, 영어의 도시가 되고 많은 이들이 저렴하게 영어를 배우기 위해 제주를 찾고, 아예 살려고 이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어를 거의 10년 배워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국제 경쟁력을 갖는 효율적인 영어 습득을 하도록 해야 한다. 영어가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를 세계화하기 위함이요, 이제 우물에서 벗어나 대양(大洋)으로 나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영어가 우리를 바보로 만들지 않는다. 진실로 소중한 것은 우리 것을 제대로 밝혀 저 넓은 세계로 알리는 일이다.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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