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인성 교육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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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人性) 교육 어디에 있나 (6.15)
이 종 우(시인)

가뭄이 심하여 논들이 타들어 가서 모종이 말라 갈 때, 농부의 마음은 얼마나 속이 타고 아프겠는가. 이때 단비가 내리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데 우리의 교육을 저 말라 가는 논에 빗대면 교육에 대한 지나친 우려일까.
학생들을 밤 10시까지 붙잡아 두고 강제로라도 공부를 시키려는 학교가 있는 반면에, 학교 일과 시간 동안 겉으로는 인성교육에 충실한다며 학과만 끝나면 귀가시키고 자율에 맡기는 학교도 있다. 이것이 자칫 학생에 대한 방기(放棄)일 수도 있다.그리고 이런 학교의 대부분 학부형은 그 학교를 좋아할 리 없다. 이러한 사실도 실은 작은 문제는 아니다. 학부모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학교에서 아이들의 생활까지 떠맡아 주길 은근히 바라는 것이다. 이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학교에 떠넘기는 꼴이다. 교실 사태는 학교마다 각기 다르겠으나 인성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야 그들에게서 무엇인가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의 인성 교육, <사람다움>의 교육은 강화되어야 함에도 자꾸 멀어져 가는 듯하여 안타깝다.
아침 일찍 등교해서 밤이 되서야 집으로 가는 학생들은 그만큼 탈선의 소지가 줄어들고, 공부하는 습관도 붙게 마련이라고 하나 과연 그들은 학과의 몰두로 성적을 높일지는 몰라도 두루 원만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리라고는 믿기 어렵다. 대학 입시에 쪼들리는 학생에게서 경쟁과 적자생존의 문제가 주된 과제이지 이웃 사랑과 이해와 자유 정신의 인간상을 찾기란 대체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또 해가 저물기도 전에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면 그들이 집이나 도서관이나 학원에서 실력을 키우기보다 친구와 어울려 놀기에 바쁘고 그래서 탈선하기 쉽고, 그 많은 시간을 독서 등 자기 수련과 실력 향상에 쏟으리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 방향은 어떠해야 하겠는가. 뾰족한 방법은 없으나 인성교육을 강조하여야 하고, 교육과정도 그런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여기에는 시간(時間)과 노력(努力)과 인내(忍耐)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과정의 외면적 변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교실에서의 그 실천이 진실로 소중하다. 또한 입시 제도의 정립을 비롯한 한국의 교육 제도를 총체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의 내일은 없다. 그만큼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는 인성 교육과 상급 학교 수학능력 향상 모두에 충실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필자의 지론인 유치원 교육의 공교육화에서부터 각 교육기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교육 환경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개선, 교원의 1년간 유급 연수 등 교사의 질적 향상 도모와 아울러 충분한 보수 그리고 자긍심의 회복 노력 등 교사에 대한 획기적 우대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으나, 인식의 전환, 유치원 공교육화, 교육 환경 개선, 교사의 자질 향상과 우대 등이 실현되면 우리의 내일은 분명 있다. 인성 교육에의 투자는 가장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는 의식에서 벗어나, 가장 효율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사람을 만드는 교육은 배우는 이들이 사람답게 올바로 배울 때 가능하며, 그들이 언젠가 배운 바를 실천할 것을 간절히 소망해야 한다. 이는 보다 나은 사회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임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분발하라, 교육계여.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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