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학교를 누가 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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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

 


학교를 누가 살릴 것인가
이 종 우 (시인)

이제 우리의 교육이 정치(政治)에 흔들려서는 아니 된다. 정치는 교육에 관여해서는 아니 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하는 일은 몇 몇 위정자들이나, 관료에 의해 그리고 다양하지 않은 교육연구 요원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미래를 그들로 인해 보다 넓고 발전적인 길로 가지 않는다면 우리의 내일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교육은 구호도 아니고, 제도(制度)나 외형도 아니어서 이를 이용하여 정치적 활용을 해서는 아니 된다.
일찍이 문민정부에서는 교사들의 봉급을 대기업 수준으로 하겠다 하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었고, 최근 정부는 2005년까지 중견기업 수준으로 올리겠다 발표했다. 도대체 이러한 발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예산 심의에서 깎이면 그만인데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그야말로 정치적 제스처를 하지 않기를 정부에 바란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시기에 교원의 봉급 인상은 우수 교사의 확보, 교사의 사기 진작 등 여러 면에서 좋다. 그러나, 교육 재정의 확보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와 더불어 교육 여건의 개선(改善)이 매우 중요한 바, 관료주의적 교육 행정을 쇄신하여야 하고 교사의 잡무를 최대한 줄이며, 교사가 꾸준한 자기연찬을 하지 않고서는 교실에 들어가기 어려운 교육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는 초기에 교육 개혁을 부르짖었으나 교사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만을 남기고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도 <무너지는 교실>을 정부는 수수방관하는 듯하다. 우리의 교육이 무너지면 봄에 씨를 뿌리지 않는 농부와 같을 것이다. 그 심각함은 최근 광주의 모 학교에서 보는 바, 아이를 훈계하는 교사를 학생들이 집단 구타했다고 하니 어찌 걱정을 아니하며, 이것 하나만 보아도 교육 쇄신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것이다. 교권(敎權)이 학생들에 의해서 무너진다면, 우리가 학교 교육을 통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심각하게 논의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제 학생과 교사와 교육 관계자들이 그리고 학부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의 문제를 해쳐나가야 한다. 그것이 말로만이 아니라 교실 사태를 확인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중지(衆智)를 모으며, 이를 꼭 실천해 나가야 한다. 또한 교권을 높이려면 교육관련 부서에 교직 경험도 없는 교육 행정가들이 그득한데 그들은 교육의 발전보다는 수직적 관료주의에 매료된 듯 공문만 남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실에는 자는 학생들이 많다고들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고 그런 학생이 많지는 않겠으나, 학원에서 날밤을 새워 공부하여 몇 시간 자지 못하고 등교, 교실에서 잠을 잔다는 학생이 많으니, 학교는 무너지고 전 교육장관의 말대로 교사는 학원 강사보다 못한 것일까. 학교는 지식의 수학(修學)뿐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는 자세를 그 밑바탕에 깔고, 합리적 창의적으로 이끌려는 노력들을 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들의 학교는 대학 교수나 학자가 아닌, 가르치는 교사와 그 관계자, 학부모와 학생이 지혜롭게 풀 문제이다.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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