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한국인의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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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

교육 기고 / 한국인의 병(病) 

이 종 우 (시 인)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급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어디를 가던 ' 빨리 빨리'를 외친다 하니, 음식점에서는 물론이고 건설 현장, 학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능력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지금은 다행히도 그 조급(早急) 병(病)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아직도 조급함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우물가에 가서 숭늉 찾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에게는 일을 급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오랜 관습이 있는지 모르겠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관계하는 많은 이들은 빠르게 효과가 드러나기만을 고대(苦待)하는 듯하다. 빠른 효과의 교육보다는 기초가 튼튼한 교육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그래야만 고령사회(高齡社會)에 대비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요, 상식(常識)이 토하는 건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건빵 한 봉지 빨리 먹기 게임이 있었는데 그 위(胃)는 어떠할 것이며, 그 추(醜)함은 빠르기만을 좋아하는 이에게 시사하는 바 있으리라. 한국인의 또 다른 병의 하나는 일부의 문제이지만 머리는 좋은 데 그것을 잘 활용하여 좋은 길로 가지 않고, 남을 속이고 겉치레만 하는 것이다. 외국에 사는 동포들의 얘기를 들으면 우리 민족은 같은 동포를 도와주는 척 다가와 돕기는커녕 그들의 재산을 빼먹고 달아난다니 우리는 이 병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이 또한 교육의 부실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전인교육(全人敎育) 하지만 그 실체나 실재의 교육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우리의 호화판 묘지(墓地)에서 보는 허례허식, 쓸 데 없는 과시욕, 무엇인가 드러내려는 '척' 또는 '체'병을 또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또한, 우리의 오랜 역사에 비해 우리가 현재 향유(享有)하는 것이 적으니, <때려 부수고 새로 만들기>에 열중하는, 우리 문화를 경시하고 남의 것을 더 좋아하는 후진적 사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자기사랑의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문화 교육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 하겠다. 우리의 고질병 중 하나는 인재를 키울 줄 모르고, 후계자를 양성할 줄 모르며, 칭찬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사회의 발전을 위해 서로 도와가며 더불어 살아야함에도 남을 누름으로 자기를 높이려는 어리석은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이 또한 어려서부터 바르게 가르쳐야 할 상식이고 교양이다. 하나 더 든다면 우리의 조상들은 자연을 사모하고 순응하며 조화롭게 지내 왔는데 우리사회가 산업화로 나아가면서 험해지기 시작했다. 산(山)의 목을 자르고 아람드리 나무를 계책없이 마구 자르고 자연을 홀대하여 우리의 산하(山河)는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 우리의 산천은 옛날에 즐겨 부르던 이름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맑고 곱던 시냇가와 빛나던 모래를 보기 어렵고 어두운 콘크리트에 묻혔고, 산들은 아파트, 골프장 등 각종 개발로 그 숨통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자연을 업수이 여기지 말자. 깨끗한 환경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진실로 자연을 슬기롭게 활용하고 친화하여 정말로 살만한 땅을 일구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심성을 다시 살피고, 새롭게 하는 일 또한 교육이 담당해야 할 커다란 몫이다.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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