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무능 교수 퇴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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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

교육기고 / 무능(無能) 교수 퇴출(退出) 문제

이 종 우 시 인
최근 정부에서 <무능한 교수 퇴출>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경제적 퇴출 문제나 비리(非理)로 인한 퇴출 문제보다 어렵고 심각한 것이 대학(大學) 교육의 내적 병폐로 병든 교수의 퇴출 문제라 하겠다. 대체로 전자는 허리를 졸라매고, 비리에 대한 엄격하고 공정한 법 집행으로 그것들은 나아질 것이나, 교육적 문제는 보다 정신적이고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고, 그 질적 향상은 오랜 시간과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기에 심각하다. 이러한 막중한 일에 연구하지 않고 남의 것을 베끼고 안일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쉽게 말해 퇴출시켜야 한다. 사실 이러한 말이 있기 전에 교육자인 교수 스스로가 자기성찰을 통한 연구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학자로서 양심으로 자신의 연구의 한계를 느끼어 스스로 물러나, 젊은 유능한 학자들이 즐비하게 서성거리는 이 땅의 상황을 인식하고 후학들에게 길을 열어주어 시들어 가는 대학에 싱싱한 수혈을 한다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이는 또한 가물어터진 논바닥 같은 한국 교육에 얼마나 필요한 단비이며, 막힌 숨통을 트이게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지식인의 양심은 땅에 떨어져 있다.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을 위해 노력하는 자들은 적다. 우리에게는 지식인은 있어도 인텔리겐챠(지식층)는 없다. 이것은 우리 교육의 부실함을 말하는 것으로, 이제까지 양적 성장은 있었지만 수준 높은 질(質)의 교육을 제공하는 풍토가 없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적 상황 속에서 부실(不實)교수와 학생은 많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선 어떻게 부실 교수를 가려낼 것인가가 문제이나, 부실 교수의 퇴출은 교육 개혁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무능(無能) 교수들은 자신의 영달과 기득권의 향유에 빠져 연구와 가르침에 소홀히 하며, 패거리 같은 인맥을 만들고 매달리어, 한국의 내일을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지식이나 행동에서 범본(範本)이 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지식인으로서 학문적, 정신적 지주가 되지 못 하고 나라의 내일도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젊은이를 맡길 수 있겠는가.
그러면 어떻게 무엇을 근거로 그들을 퇴출시킬 것인가. 단적으로 말해 연령과 관계없이 학생, 교수, 심사단(이에 대한 구성을 신중히 하여야 할 것이다.) 등의 협의를 통해 정해질 수 있겠다. 지난(至難)한 일이나 초기에 합리적인 교수 평가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여 혈연, 학연, 지연 등에 좌우되지 않는 객관적이고도 엄정하고 다양한 평가를 만들어 이를 종합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가령 일정한 점수에 미달되는 교수는 연봉을 깎거나,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퇴출시키는 등 일연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본다.
아무튼 어려운 일이나, 현명한 퇴출을 통하여 우리 대학의 생명력을 키우고, 세계와의 경쟁을 통하여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든 국민의 의식(意識) 변화 없이는 교육의 변화를 꾀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경제 수준이나 그 향유(享有)보다 떨어져 있으니 의식의 고양(高揚)은 참으로 어렵고 참담한 과제이다. 우리에게는 사회에 기여하고 환원하고자 하는 자세가 부족하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부실 사학이 의외로 많으며 학문 탐구와 경영 그리고 인사 문제 등에서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 땅에 진정한 아카데미즘을 정립시키고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부실한 교수가 버젓이 대학로를 거니는 것은 대학을 죽음의 집으로 만드는 죄악이기도 하다. (ljow@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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