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고등학교 7차 교육과정 유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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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高等學校) 7차 교육과정 유감(2)

이 종 우 시 인
지난 주에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제기는 하였으나 충분한 논의는 아니었다. 그래서 어떠한 사안(事案)이나 과목 그리고 교육적 시각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이견(異見)이 충분히 있을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논의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함에도 7차 교육과정은 학교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또한 이는 변화 아닌 답습이며, 그로 인한 교육 주체로서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 하고 마치 8차 교육과정을 염두에 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의 교육과정은 보다 획기적으로 그리고 소위 미국 등 선진 교육보다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사명(使命)과 책임(責任)을 가져야 할 때이다. 즉, 좁은 안목에 매달리지 않고 보다 보편적인 한국인의 존재 가치 그리고 교육적 신성함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내년부터 시행될 고교 7차 과정은 지난번에 말했듯이 과도기적이고, 그 말로(末路)도 뻔한 과정이나 어쨌든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고 현장에서의 교사들은 어려움에도 가르치는 직분을 지킴과 아울러 학습 내용에 지혜와 슬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필자(筆者)의 전공인 국어 과목의 경우, 교사와 연구자 그리고 교육 관계자, 학교 관계자 등이 이제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학(大學)처럼 필수 과목을 정하고 시간수 등을 조정 하고, 과목의 개설을 신중히 한다면 학생들이 보다 전문적인 곳으로 나아가는데 지름길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7차 교육과정의 과목은 그 실행에 있어 현재의 학습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국어생활을 공통 과목으로 하고 문학, 작문, 독서 등 기존의 과목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진전(進展)이 아니며, 전체 교육과정의 문제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국어 교육의 전반적 검토가 절실하다. 구체적인 예로 문학 과목을 두세 필수 과목으로 나누어 학교에 따라 적절한 교육 활동을 통해 고교 국어 목표에 이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문학 과목의 한 예로 <한국 시가(詩歌)의 이해>라는 과목을 설정할 수 있겠는데, 이 강좌를 통하여 고교 3년 동안에 배울 고대가요, 향가, 고려가요, 한시, 경기체가, 시조, 가사, 창가, 신체시, 근 현대시 등 한국 시가의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한다. 소설, 논설 등 산문류도 마찬가지이리라. 또한 그 강좌의 이름을 <시가의 이해> 또는 <송강 정철(鄭澈)론>이라고 해도 그 교수 내용은 거의 같을 수 있다. 인간의 정서 이해와 시간과 공간이 다른 작품과 삶에 대한 비교 연구 방법 등은 국어 교육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고교의 학습 수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신중한 논의가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우리나라의 고등 학생이 배워야 할 과목이나 범주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이다. 모든 학교와 관련을 맺는 바, 인문계 고교의 경우 3년 동안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어야 보다 발전적인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지식 정보화 사회, 글로벌 시대에 대비한 필수 과목과 세계시민으로서의 교양을 위한 선택 과목 등에 대한 보다 획기적인 교육 내부의 개혁(改革)이 있어야 한다. 기능적 교육이 아닌 그보다 한 발자국 나아간 곳에서 시행착오가 있다할지라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멀리 내다보아야 할 우리나라 교육이 해야 할 일이다. 어려울지라도 지금부 터 7차 과정의 전면적 개편과 보완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교육이 해야 할 초석이다. (ljow@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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