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비평

고등학교 7차 교육 과정 유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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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기고 / 이 종 우 컬럼
고등학교(高等學校) 7차 교육 과정 유감(1)
이 종 우 시 인

교육에 대한 여러 이야기나 논의는 재미있게 말하기에는 그 내용이나 대하는 자세 자체에서 무겁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학부모들은 보다 이성적으로 살피어 교육 문제에 대처하여야 하고, 교육 연구에 관계하는 분들은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될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혁 중에서 <교육 개혁>은 가장 어려울 듯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식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요, 교육자나 피교육자나 모두 각자가 지닌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접근이 다르므로 일정한 목표에 이르기에는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내년 2002학년도부터 시행되는 7차 교육 과정에 대한 논란이 많다. 우선 그것을 실행하려면 교육 환경이나 여건이 조성되어 있어야 함에도 현재 현저히 미비 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내년부터 그대로 시행된다니 학교 현장에서는 대충 때우기 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수급(需給) 문제와 맞물리며, 그래서 7차에서 공통, 선택 과목의 구분은 의미 없어 각급 학교나 과목 교사에 의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전개되기 쉬울 것이다. 또한 전반적인 체제를 나름대로 이해한다면, 교육 과정이 5년마다 바뀐다는 전제에서인지는 몰라도 '과도기적(過渡期的)' 교육 과정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고교 과정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교육적 철학(哲學)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것이다.
사실 6차 과정이 상당히 의욕적으로 학습 목표와 학습 활동을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데 일조한 것이 사실이고 보면, 과목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다 하겠다. 그래서 이에 대한 보완을 통해 현재의 교실 사태를 잘 고려하여 교육 내용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러한데 소문에 의하면 7차 과정이 2만불 시대를 상정하여 세운 교육과정이라는데 작금의 어려운 현실도 현실이려니와 교육 내용 자체는 고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인문계 고교의 경우, 대학에서 수학할 기본 능력을 키우면 되고, 이제는 도식적이고 기능적인 데로부터 한 발자국 나아가야 한다. 국어과(國語科)의 경우 교육 과목을 예전에 이미 해오던 것과 다른 것이 없고, 교실 사태를 잘 모르는 교육 과정은 실행하기 어려운 심화, 단계별 학습을 넘어 구색을 갖추려고만 하니 이는 탁상공론(卓上空論)을 교실에 들이미는 어리석음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논의는 다시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의무 교육은 중학교까지 9년으로 알고 있는데, 고교 7차 과정에서 1학년 과정을 <국민 공통 기본교육 과정>으로 하여 인문, 실업 과정의 구분 없이 다같이 이수하는 과목을 설정하여 배우도록 하고 있다. 이는 중학 교육 과정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으로, 국민이 의무교육 기간에 배워야 할 것은 그 깊이가 얕다할지라도 다 배워야 하며, 굳이 고등학교로 끌고 갈 이유가 없다. 물론 고교로의 진학률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나, 의무교육 기간의 부족이나 제도(制度) 개선에 대한 전제가 아니라면 중학교까지 국민이 배워야 할 기초와 교양을 설정 시행하면 되며,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 그들의 진로에 대한 논의를 주로 담임교사의 판단을 중심으로 한 적절한 수렴과정과 장치를 마련하여 그들이 고교 진학시 충실히 활용, 학생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미래를 열어주고, 각 과목의 특성에 맞는 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커리큘럼을 연구하여 보다 앞서 가는 한국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남의 뒤만을 쫒을 것인가. (ljow@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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