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

낙엽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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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

낙엽은 이 계절이 다가오면 다시 제 집으로 간다. 갈 집이 어딘지는 그나 나나 모른다. 낙엽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내릴 때 나는 살아서 그 모습을 본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낙엽의 끝을 보는 것 같지 않다. 그가 안식처로 가는 듯한 느낌이다. 낙엽이 가야할 세계 낙엽이 가는 세계가 궁금하다. 나에게도 이 세상에서 떨어질 때 누군가 안식처로 갔겠구나 말해 줄 이 있을까.


낙엽은 씨도 없이 간다. 그래도 얼은 살아서 새 잎으로 부활할 거다. 그 부활을 믿는다. 확실히 예수의 부활을 믿는 이들 만큼. 또한 세상의 많은 혼들은 부활할 것이다. 그 모습 그 산 대로.

청소부는 새벽부터 낙엽 치우기에 바쁘다. 쓰레기로 아는 이 많으나, 그 중에는 낙엽의 명복을 비는 이 있으니 성스러운 청소부라 할 것이다. 단순한 명복이 아니라, 부활의 소리를 기다리느니, 이 청소부를 성자로 부르고 싶다.

학창시절에 대부분 그렇듯이 고운 낙엽을 책갈피에 넣어 둔 적이 있다. 책에 물이 들고 낙엽은 말라 있었다. 그 때의 향기는 너무 좋았다. 부활의 향처럼. 효석(孝石)은 낙엽을 태우면서 부활의 내음새를 들었으리라. 수 많은 낙엽이 재생의 길을 갈 때의 향기란 커피 타는 내음새도 아니고 낙엽의 혼을 위한 제향(祭香)이다.

낙엽은 말을 할 줄 알고,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걸음이 갖는 마음을 읽을 줄 안다. 그래서 낙엽은 저 세상의 신비를 그리워 하고 이 세상, 다만 일년일지라도 이 세간(世間)을 다 이해할 줄 안다. 그래서 낙엽의 인생은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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