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

창녀와 문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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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가 구원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동서양 문명의 한 특징을 드러낸다.
단순히 말하면 성의 벽이 동양이 높았다 하겠다. 서양은 성의 관념이 동양과 달리
관대한 편이어서 평범한 아낙네와 창녀 사이를 오갔다 하면, 동양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음굴을 벗어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비참한 성의 노예로 살았다
하겠다.
서양의 성적 개방은 여성으로 하여금 소음굴로부터의 해방을 가능하게 했으나,
동양의 폐쇄적 보수성은 자못 위선적이다.

개방사회인가 폐쇄사회인가에 따른 창녀의 신분 이동은 사실 미미해 보인다.
폐쇄사회였던 조선시대 때 관기나 기생이 양반의 소실이 되었을 때 그나마 신분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통로였으나 통계자료는 볼 수 없으나 그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니였고 멸시 당하는 풍조는 지속되었다 하겠다. 평생 기생으로 지내면 퇴기가 되어 기녀의 시중을 들거나 주모가 되었을 터인즉 그 고달픔은 어찌 말로 다하랴. <춘향전>에서 월매는 그래도 행복한 여인이다. 총명한 딸을 키우며 의탁하고 사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폐쇄사회가 신분이동이 어려웠다면 개방사회는 신분이동의 폭이 넓음에도 개인의 습관, 사회적 시각 등으로 유흥업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명의 발달이 밑바닥 인생의 구원과는 거리가 있다 하겠다. 우리사회는 사람을 사람다운 인격으로 보는데 인색하다. 봉건사회에서는 물론 21세기 작금에도 황금만능주의의 노예가 되어 숨을 몰아쉬니 창녀의 존재가 서기는 더욱 어렵다. 문명의 발달과 창녀를 포함한 인간의
인격 존중의 날은 언제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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